山 -함석헌
2012.10.06 08:41
산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33 |
그리움
[2] ![]() | 샤말리 | 2009.01.12 | 2907 |
232 | 이홍섭, 「한계령」 | 물님 | 2012.06.21 | 2907 |
231 | 신록 | 물님 | 2012.05.07 | 2908 |
230 |
구름 한 점
![]() | 구인회 | 2010.02.02 | 2911 |
229 | 이육사 유고시 -광야 | 물님 | 2021.06.10 | 2912 |
228 | 안개 속에서 [1] | 요새 | 2010.03.19 | 2913 |
227 | 봄밤 - 권혁웅 | 물님 | 2012.09.20 | 2913 |
226 |
눈동자를 바라보며
[1] ![]() | 운영자 | 2008.12.28 | 2920 |
225 | 김종삼, 「라산스카」 | 물님 | 2012.07.24 | 2921 |
224 | 흰 구름 [1] | 요새 | 2010.07.06 | 2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