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2226
  • Today : 800
  • Yesterday : 1200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2997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3 고향 -정지용 물님 2011.02.01 2750
312 바다 [3] 이상호 2008.09.08 2755
311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물님 2015.05.19 2758
310 김남주, 「추석 무렵」  물님 2011.09.14 2759
309 Looking for blue bird.... [3] file 이규진 2009.06.26 2762
308 山 -함석헌 구인회 2012.10.06 2766
307 나는 나날이 운영자 2008.06.18 2767
306 나비 / 류 시화 [1] file sahaja 2008.06.16 2768
305 어떤 타이름 하늘꽃 2008.07.01 2768
304 선생님 [5] 하늘꽃 2008.11.22 2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