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9882
  • Today : 1108
  • Yesterday : 1280


죽어서 말하는 고려인들의 비석

2006.04.23 20:47

송화미 조회 수:2879





          카자흐스탄  우수토베

                                                  이 병 창

나라를 잃으면 사람도
개가 된다고 했던가
어느 날 갑자기 개처럼 끌려와
내던져진 고려인의 벌판
살아 남기 위하여
오직 한목숨 부지하기 위하여
파들어간 우스토베의 땅굴 앞에서
나는 망연하게 지평선만 바라 보았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십여만의 생목숨이 죽었다는 데
피묻은 역사의 현장에는
죽어서 말하는 비석들만 줄지어 있다.
까라딸 검은 강물처럼
타들어 간 가슴들을 오늘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여기 비운의 땅에서
통곡의 벽 하나  갖지 못한 조국을 생각한다
지금쯤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목청소리로
도배질 당할 조국을 생각한다.
일천구백삼십칠년 시월을 기억하라고
또다시 개처럼 끌려 살면 안된다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고
우스토베 원혼들의 소리를 듣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3 뱃속이 환한 사람 물님 2019.01.23 1432
362 별의 먼지 - 랭 리아브 [1] file 도도 2020.11.23 1439
361 비밀 - 박노해 물님 2016.11.12 1441
360 요새 2010.03.15 1450
359 참 닮았다고 물님 2016.09.04 1451
358 상사화 요새 2010.03.15 1458
357 南으로 창을 내겠소 file 구인회 2010.03.11 1459
356 요새 2010.07.20 1459
355 조문(弔問) 물님 2016.11.24 1466
354 가난한 새의 기도 물님 2016.07.18 1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