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 류 시화
2008.06.16 12:54
나비 / 류 시화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지구에 달맞이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동그라미를 그려낸어린 해바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그리움 때문
지구가 나비 한 마리를 감추고 있듯이
세상이 내게서
너를 감추고 있기 때문
파도가 바다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그 속에서 장난치는 어린 물고기 때문이다
바다가 육지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모래에 고개를 묻고
한 치 앞의 생을 꿈꾸는
늙은 해오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너는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나비의 그 날개짓 때문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내 그리움 때문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43 | 양애경 - 조용한 날들 [1] [1] | 물님 | 2012.05.15 | 2970 |
242 | 포도가 저 혼자 | 요새 | 2010.07.18 | 2966 |
241 | 한동안 그럴 것이다 | 물님 | 2011.05.05 | 2961 |
240 |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 물님 | 2009.08.31 | 2953 |
239 | 웅포에서 | 요새 | 2010.12.05 | 2952 |
238 | 새해 다짐 -박노해 | 물님 | 2023.01.04 | 2950 |
237 | 나는 숨을 쉰다 [1] | 물님 | 2011.11.28 | 2950 |
236 | 꿈 길에서 1 | 요새 | 2010.03.15 | 2950 |
235 | 기뻐~ [1] | 하늘꽃 | 2008.03.19 | 2950 |
234 | 남명 조식 | 물님 | 2022.07.28 | 2949 |
반가운 님 살아있는 아름다운 모든 것들이 오늘도 넘치도록 부어 주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