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4743
  • Today : 342
  • Yesterday : 1527


10월

2009.10.12 21:49

물님 조회 수:2501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인 오세영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3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1842
302 호수 -문병란 물님 2012.05.23 1843
301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1845
300 나비 (제비꽃님) [1] 고결 2012.07.05 1848
299 당신은 file 물님 2009.06.01 1849
298 마음의 지도 물님 2012.11.05 1850
297 세월이 가면 물님 2015.02.20 1851
296 새벽밥 물님 2012.09.04 1851
295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물님 2015.05.19 1851
294 까비르 "신의 음악" [1] 구인회 2012.06.26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