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7672
  • Today : 333
  • Yesterday : 934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2429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3 최영미, 「선운사에서」 물님 2012.03.05 2348
262 바람의 길목에서 / 이중묵 [3] file 이중묵 2009.01.24 2349
261 연애시집 - 김용택 [2] 물님 2010.10.29 2350
260 사철가 [1] 물님 2009.03.16 2354
259 오 늘 - 구상 물님 2011.05.16 2354
258 진정한 여행 물님 2017.02.24 2354
257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1] 요새 2010.03.19 2355
256 이별1 도도 2011.08.20 2355
255 시론 물님 2009.04.16 2357
254 파랑새를 찾아서...(한글판요^^) [1] file 이규진 2009.06.26 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