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9715
  • Today : 520
  • Yesterday : 932


웅포에서

2008.06.24 18:53

하늘꽃 조회 수:2465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하늘꽃은 여기서 감동받아 얼어버렸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의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맞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3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1] 요새 2010.03.19 2513
192 나는 배웠다 / 샤를르 드 푸코 [1] file 구인회 2010.07.27 2513
191 밥이 하늘입니다 물님 2010.11.29 2515
190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2515
189 바닷가에서 요새 2010.07.21 2516
188 구름의 노래 [1] 요새 2010.07.28 2519
187 이장욱, 「토르소」 물님 2012.03.27 2521
186 나는 숨을 쉰다 [1] 물님 2011.11.28 2523
185 신록 물님 2012.05.07 2525
184 포도주님독백 [7] 하늘꽃 2008.08.21 2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