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5304
  • Today : 903
  • Yesterday : 1527


풀 - 김수영

2011.12.11 06:24

물님 조회 수:2126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3 찬양 [6] 하늘꽃 2008.09.25 2015
282 사로잡힌 영혼 [1] 물님 2018.09.05 2017
281 벼 - 이 성부 [1] 물님 2011.10.03 2018
280 눈물 [1] 물님 2011.12.22 2020
279 최영미, 「선운사에서」 물님 2012.03.05 2020
278 거룩한 바보처럼 물님 2016.12.22 2020
277 이별1 도도 2011.08.20 2021
276 풀꽃 - 나태주 [2] file 고결 2012.03.06 2021
275 봄밤 - 권혁웅 물님 2012.09.20 2021
274 당신은 file 물님 2009.06.01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