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등뼈
2011.06.13 23:40
세상의 등뼈
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 앉아 너를 기다려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주듯
끝 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한 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83 | 고향 -정지용 | 물님 | 2011.02.01 | 2580 |
282 | 벼 - 이 성부 [1] | 물님 | 2011.10.03 | 2580 |
281 | 순암 안정복의 시 | 물님 | 2015.02.17 | 2581 |
280 | 나만의 삶 - 홀리오 노보아 폴란코 | 세상 | 2013.10.25 | 2582 |
279 |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 물님 | 2012.01.02 | 2583 |
278 |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 물님 | 2012.10.09 | 2585 |
277 | 나비 / 류 시화 [1] | sahaja | 2008.06.16 | 2587 |
276 | 당신의 모습 [1] | 물님 | 2009.09.01 | 2587 |
275 | 나는 나날이 | 운영자 | 2008.06.18 | 2590 |
274 | 그리움 [2] | 샤말리 | 2009.01.12 | 25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