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5348
  • Today : 410
  • Yesterday : 926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2770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3 나비 (제비꽃님) [1] 고결 2012.07.05 2697
152 그리움 [2] file 샤말리 2009.01.12 2697
151 내가 사랑하는 사람 물님 2012.03.19 2694
150 안개 속에서 [1] 요새 2010.03.19 2694
149 풀꽃 [1] 물님 2010.12.30 2689
148 설정환, 「삶의 무게」  물님 2012.07.12 2688
147 물님의 시 - 화순 운주사 운영자 2007.08.19 2688
146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2687
145 둥우리여 - 백글로리아 [2] 구인회 2012.09.26 2686
144 귀를 위하여 /물님 하늘꽃 2007.09.14 26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