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함석헌
2012.10.06 08:41
산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63 | 조국을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2] | 하늘꽃 | 2008.02.06 | 3211 |
262 | 봄 눈 / 물 [2] | 하늘꽃 | 2008.02.22 | 3212 |
261 | 순암 안정복의 시 | 물님 | 2015.02.17 | 3212 |
260 | 사랑 | 요새 | 2010.12.11 | 3212 |
259 | 봄 소식 | 하늘꽃 | 2009.03.02 | 3213 |
258 | 전라도길 | 구인회 | 2010.01.26 | 3213 |
257 | 사철가 [1] | 물님 | 2009.03.16 | 3216 |
256 | 확신 [2] | 이상호 | 2008.08.03 | 3218 |
255 |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 운영자 | 2008.06.10 | 3219 |
254 | 갈 대,, `신경림 | 구인회 | 2010.03.15 | 3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