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5739
  • Today : 405
  • Yesterday : 933




비 내리면 / 이중묵
- 향나무의 꿈 -



인정머리 없는
허름한 도시의 아스팔트 위로, 시원히
비 내리면

우산을 찾아 비를 맞으며
우산 속에 부서진 빗물이 들어오고 구두 안에 물이 새어 들어 올 때까지 슬라브집 처마 아래 어쩔 수 없이 만든 어설픈 화단 안에 덩그러니 서 있는 향나무를 보아야 한다.

아무리 보아도
외로운 향나무에게는 빗물의 부스러기조차 날리지 않고, 그가 목을 늘여 빗물을 보아도 헛짓이 되고, 뿌리에 닿아 있는 건 마른기침만 해대는 흙 부스러기 뿐이다.

그런데 비 내리면
나는 아스팔트를 떼어내고 새 화단을 만들어 향나무를 옮길 꿈만 꾸고
향나무는 활짝 웃는 꿈만 꾼다.
꿈은 촛불로 타오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3 봄날에 [1] 요새 2010.01.01 2144
252 세상의 등뼈 물님 2011.06.13 2147
251 오 늘 - 구상 물님 2011.05.16 2152
250 진정한 여행 물님 2017.02.24 2152
249 연애시집 - 김용택 [2] 물님 2010.10.29 2153
248 원시 -오세영 물님 2012.07.01 2153
247 어떤바람 [2] 제로포인트 2016.04.04 2154
246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2155
245 갈 대,, `신경림 구인회 2010.03.15 2156
244 초 혼(招魂) [1] file 구인회 2010.01.28 2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