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3940
  • Today : 844
  • Yesterday : 943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2743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3 평화의 춤 [1] 물님 2009.05.18 2556
322 문태준 - 급체 물님 2015.06.14 2557
321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 / Rumi 구인회 2012.10.12 2559
320 '차를 마셔요, 우리' - 이해인 물님 2011.04.21 2560
319 그대 옆에 있다 - 까비르 [2] 구인회 2012.02.15 2563
318 보리피리 [1] file 구인회 2010.01.25 2564
317 웅포에서 [1] 하늘꽃 2008.06.24 2566
316 안부 [3] file 물님 2009.03.05 2566
315 이기인- 소녀의 꽃무뉘혁명 [1] 물님 2012.01.13 2568
314 새해 첫 기적 [1] 도도 2011.01.01 2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