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0470
  • Today : 629
  • Yesterday : 1032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2008.06.10 07:00

운영자 조회 수:3046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고 정 희 시인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린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에서
            세상을 떠난 시인의 유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3 소동파의 시 물님 2021.12.18 3318
142 [1] 샤론(자하) 2012.03.12 3320
141 새해에는 단 하나만을 - 박노해 물님 2022.01.08 3322
140 초혼 [1] 요새 2010.07.28 3325
139 포도가 저 혼자 하늘꽃 2007.09.15 3328
138 사대원무주 四大元無主 [7] file 구인회 2010.02.06 3328
137 인생을 말하라면 물님 2011.12.05 3330
136 고백시편 -13 [2] 조태경 2008.06.14 3333
135 나는 당신의 마음을 지니고 다닙니다 [1] 물님 2010.03.17 3335
134 멀리 가는 물 [1] 물님 2011.05.24 3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