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91360
  • Today : 977
  • Yesterday : 1060


달팽이

2008.06.08 23:30

운영자 조회 수:5498



       달팽이
                         - 문연남의 달팽이 그림에 붙여 -


간다
그냥 간다.
두려움 없이 가는 길
공중의 새는 날다가 떨어져도
나는 쓰러지지 않는다.
내가 나로서 가는 길
지구는 너무나도 든든하여
넘어질 곳은 하나도 없다.


간다.
저기 하늘을 찌르는 나무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인간들은 가르친다는 데
나는 그냥 갈 뿐.
조상들이 걸어 온 수평의 길을 지나
이제 나는 수직으로 상승하는 길을
걸어보리라.


내가 걸어 온 길에도
흔적은 남아 있다.
누군가의 길이 될 흔적이.
아무리 끈끈하고 축축한 삶이라 해도
등에 진 짐에 등이 휘어진다 해도  
나는 이곳에만 머무를 수 없다.
이곳에서 여기로 떠나가는 길
나는 늘 그 길을 가는 나그네일 뿐.
허공을 향하여
세월을 향하여 걸어가는
나그네일 뿐.


               08. 6. 6 아침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3 운명 - 도종환 물님 2017.05.21 3725
372 나도 어머니처럼 - 박노해 물님 2019.05.13 3726
371 조문(弔問) 물님 2016.11.24 3731
370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1] 물님 2018.03.31 3732
369 수운 최제우(崔濟愚)의 시 물님 2020.08.04 3732
368 서성인다 - 박노해 물님 2017.09.19 3740
367 전화 -마종기 시인 물님 2012.03.26 3742
366 요새 2010.03.15 3748
365 날들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박노해 물님 2020.06.30 3750
364 자기 삶의 연구자 물님 2018.06.06 3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