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3945
  • Today : 849
  • Yesterday : 943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2691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3 [1] 샤론(자하) 2012.03.12 2819
132 내가 사랑하는 사람 물님 2012.03.19 2661
131 전화 -마종기 시인 물님 2012.03.26 2329
130 이장욱, 「토르소」 물님 2012.03.27 2739
129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물님 2012.04.07 2787
128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2585
127 신록 물님 2012.05.07 2704
126 빈 들판 - 이 제하 물님 2012.05.07 2730
125 양애경 - 조용한 날들 [1] [1] 물님 2012.05.15 2791
124 3분간의 호수 - 서동욱 물님 2012.05.23 2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