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등뼈
2011.06.13 23:40
세상의 등뼈
정끝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 앉아 너를 기다려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주듯
끝 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한 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63 | 불 [5] | 하늘꽃 | 2008.11.17 | 2669 |
262 | 강 - 황인숙 | 물님 | 2012.07.12 | 2675 |
261 | 둥우리여 - 백글로리아 [2] | 구인회 | 2012.09.26 | 2675 |
260 | 귀를 위하여 /물님 | 하늘꽃 | 2007.09.14 | 2676 |
259 | 사랑 | 요새 | 2010.12.11 | 2676 |
258 | 설정환, 「삶의 무게」 | 물님 | 2012.07.12 | 2677 |
257 | 나비 (제비꽃님) [1] | 고결 | 2012.07.05 | 2678 |
256 | 풀꽃 [1] | 물님 | 2010.12.30 | 2680 |
255 | 서정주, 「푸르른 날」 | 물님 | 2012.09.04 | 2681 |
254 | 물님의 시 - 화순 운주사 | 운영자 | 2007.08.19 | 26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