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4388
  • Today : 1514
  • Yesterday : 1340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1809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3 南으로 창을 내겠소 file 구인회 2010.03.11 1658
352 먼 바다 file 구인회 2010.01.31 1669
351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따발총 2016.12.25 1670
350 나비에게 file 요새 2010.07.18 1677
349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물님 2016.03.08 1678
348 `그날이 오면 ,,, 심 훈 file 구인회 2010.02.25 1681
347 별 헤는 밤 / 윤동주 file 구인회 2010.02.08 1683
346 요새 2010.07.20 1687
345 11월 - 배귀선 물님 2016.11.24 1696
344 전화 -마종기 시인 물님 2012.03.26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