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4250
  • Today : 1376
  • Yesterday : 1340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1720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3 전화 -마종기 시인 물님 2012.03.26 1674
342 사랑하는 까닭 [3] 물님 2009.09.27 1675
341 보리피리 [1] file 구인회 2010.01.25 1680
340 감각 요새 2010.03.21 1681
339 진달래 ∫ 강은교 file 구인회 2010.02.23 1684
338 풀꽃 [1] 물님 2010.12.30 1684
337 독일 발도로프학교 아침 낭송의 시 물님 2009.04.16 1685
336 그리움 [2] file 샤말리 2009.01.12 1688
335 안개 속에서 [1] 요새 2010.03.19 1690
334 '손짓사랑' 창간시 file 도도 2009.02.03 1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