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7635
  • Today : 589
  • Yesterday : 1117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2916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3 소동파의 시 물님 2021.12.18 2990
262 새해에는 단 하나만을 - 박노해 물님 2022.01.08 2988
261 이별1 도도 2011.08.20 2987
260 무주 겨울 / 이중묵 [2] 이중묵 2009.02.26 2985
259 원시 -오세영 물님 2012.07.01 2979
258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물님 2021.08.11 2978
257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물님 2011.11.22 2978
256 [3] 운영자 2008.10.13 2977
255 인생을 말하라면 물님 2011.12.05 2975
254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2] 물님 2009.07.03 2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