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5929
  • Today : 991
  • Yesterday : 926


한동안 그럴 것이다

2011.05.05 06:28

물님 조회 수:2868

 

 

     한동안 그럴 것이다

                              윤 제림

한 젊은 부부가,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아이를
공원에 데리고 와서 사진을 찍는다.
그네 위에 걸터 앉혀 놓고 이리 찍고 저리 찍고,
필림 한 통을 다 찍는다.
한동안 그럴 것이다.

저러다가 어느 날, 언제부터인가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곤,
잠시 놀라지만
이내 잊어버린다.

아이가 자신들의 가슴속에
푸욱 들어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는 한동안 부모의 가슴에 갇혀 자란다.
그러다가 어느날,
아이는 부모의 가슴에 난 작은 틈을 찾아내
문을 낸다,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간다.
그 문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온다.

또 어느 날엔,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 하날
양손에 붙들고 와서 저렇게 사진을 찍는다.
필림 한 통을 다 찍는다.
한동안 그럴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가을은 아프다 / 신 영 [2] 구인회 2010.09.11 2750
242 약수정 오늘 이시는 내가만든 지붕을 부셔줬다 [3] 하늘꽃 2008.06.30 2751
241 나비 (제비꽃님) [1] 고결 2012.07.05 2757
240 아침에 하는 생각 물님 2009.04.10 2758
239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2758
238 섬진강 / 김용택 file 구인회 2010.02.18 2759
237 이홍섭, 「한계령」 물님 2012.06.21 2760
236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2760
235 가장 좋은 선물은 ? 물님 2010.12.23 2763
234 풀 -김수영 물님 2012.09.19 2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