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2751
  • Today : 1217
  • Yesterday : 1259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2008.06.10 07:00

운영자 조회 수:2080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고 정 희 시인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린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에서
            세상을 떠난 시인의 유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3 [1] 샤론(자하) 2012.03.12 1711
152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물님 2011.11.22 1711
151 연애시집 - 김용택 [2] 물님 2010.10.29 1711
150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1] 요새 2010.03.19 1710
149 숯덩이가 저 혼자 [2] 요새 2010.02.04 1710
148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 / Rumi 구인회 2012.10.12 1709
147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1709
146 봄 소식 하늘꽃 2009.03.02 1709
145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키론 2011.11.21 1708
144 봄날에 [1] 요새 2010.01.01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