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3 | 내 마지막 순간 -타고르 [1] | 구인회 | 2013.07.06 | 4766 |
82 |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2] | 구인회 | 2013.09.18 | 4630 |
81 | 나만의 삶 - 홀리오 노보아 폴란코 | 세상 | 2013.10.25 | 3897 |
80 | 느을 당신이 있네요. [1] | 솟는 샘 | 2013.11.06 | 4370 |
79 | 나무학교 | 물님 | 2013.11.27 | 4366 |
78 | 램프와 빵 | 물님 | 2014.02.10 | 4638 |
77 | 봄은 울면서 온다 | 도도 | 2014.03.25 | 3909 |
76 | 페르샤 시인의 글 | 물님 | 2014.05.02 | 4805 |
75 | 담쟁이 | 물님 | 2014.05.13 | 4506 |
74 | 순암 안정복의 시 | 물님 | 2015.02.17 | 4120 |
제얼굴
제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가는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