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2020.09.09 20:50
내가 저녁을 슬퍼하면서,
가을이 슬퍼할 것이 없는데도 슬퍼지는 이유를 알겠다.
하루의 저녁이 오면, 가파른 산이 붉어지고, 뜨락의 나뭇잎이 잠잠해지고,
날개를 접는 새가 처마를 엿보고,
창연히 어두운 빛이 먼 마을로부터 이른다면,
그 광경에 처한 자는 반드시 슬퍼하여 그 기쁨을 잃어버릴 것이니.
해를 아껴서가 아니요,
그 기운을 슬퍼하는 것이다. 하루의 저녁도 오히려 슬퍼할 만한데,
일 년의 저녁을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옥李鈺의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士悲秋解>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83 | 자기 삶의 연구자 | 물님 | 2018.06.06 | 1397 |
382 | 가면 갈수록 | 물님 | 2020.01.15 | 1397 |
381 |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 박노해 | 물님 | 2020.11.17 | 1401 |
380 | 이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 물님 | 2020.04.29 | 1407 |
379 | 까미유 끌로델의 詩 | 구인회 | 2020.05.10 | 1408 |
378 | 슘 | 도도 | 2019.12.19 | 1410 |
377 |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정희성 시인 | 물님 | 2020.11.06 | 1419 |
376 | 여행은 혼자 떠나라 - 박 노해 | 물님 | 2017.08.01 | 1423 |
375 | 세사르 바예호 | 물님 | 2017.11.02 | 1423 |
374 |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1] | 물님 | 2018.03.31 | 1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