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2008.06.10 07:00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고 정 희 시인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린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에서
세상을 떠난 시인의 유작
고 정 희 시인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린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에서
세상을 떠난 시인의 유작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13 | 낙타 [1] | 물님 | 2011.09.19 | 4793 |
312 | 램프와 빵 | 물님 | 2014.02.10 | 4782 |
311 | 소동파의 시 | 물님 | 2021.12.18 | 4775 |
310 | 달의 기도 | 물님 | 2022.09.19 | 4774 |
309 | 하느님 나라 [5] | 하늘꽃 | 2008.09.09 | 4774 |
308 | 새해에는 단 하나만을 - 박노해 | 물님 | 2022.01.08 | 4772 |
307 |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 물님 | 2021.08.11 | 4768 |
306 | 고독 [4] | sahaja | 2008.05.18 | 4768 |
305 | 가람 이병기 -난초- | 물님 | 2013.06.04 | 4763 |
304 |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2] | 구인회 | 2013.09.18 | 47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