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으면
2019.09.30 00:39
“가만히 있어라.
네 앞의 나무와 네 뒤의 관목들은 길을 잃지 않았다.
네가 지금 어디에 있든 그곳의 이름은 ‘여기’이니,
너는 그것을 힘센 이방인 대하듯 해야 하고,
그에게 너를 소개해도 되는지,
네게도 자신에 대해 소개해 줄 수 있는지,
그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숲은 숨을 쉰다. 들어보아라.
숲이 대답하느니. 내가 네 주위에 이곳을 만들어 놓았다.
네가 이곳을 떠나면 너는 다시 돌아오게 되리라. 하고,
‘여기’가 말한다. 갈까마귀에게 똑같은 나무는 하나도 없으며,
굴뚝새에게 똑 같은 가지는 하나도 없다.
나무나 관목들이 너를 잃어버리면, 그땐 너는 정말로 길을 잃는다.
가만히 있어라. 숲은 아느니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숲이 너를 찾게 그대로 있어라.“
데이비드 와그너 - 길을 잃으면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03 | 밤에 길을 잃으면 -쟝 폴렝 | 물님 | 2021.01.29 | 1851 |
402 |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 물님 | 2020.09.09 | 1877 |
401 | 동곡일타(東谷日陀) 스님 열반송 | 물님 | 2019.06.30 | 1878 |
400 | 매월당 김시습 | 물님 | 2021.01.19 | 1884 |
399 |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정희성 시인 | 물님 | 2020.11.06 | 1888 |
398 | 유언장 -박노해 | 물님 | 2020.12.30 | 1890 |
397 | 자작나무 | 물님 | 2020.10.24 | 1892 |
396 | 꿈 - 헤르만 헷세 | 물님 | 2018.08.13 | 1893 |
395 | 나도 어머니처럼 - 박노해 | 물님 | 2019.05.13 | 1897 |
394 | 다시는 헤여지지 맙시다/ 오영재 계관시인(북한) [1] | 구인회 | 2018.04.29 | 18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