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1776
  • Today : 350
  • Yesterday : 1200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3078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3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2763
302 어떤 타이름 하늘꽃 2008.07.01 2766
301 당신의 모습 [1] 물님 2009.09.01 2766
300 [5] 하늘꽃 2008.11.17 2768
299 지금 봉선화를 찾으시나요? [5] 하늘꽃 2008.08.26 2773
298 가지 않은 길 요새 2010.03.19 2773
297 포도주님독백 [7] 하늘꽃 2008.08.21 2774
296 매미 -이병창 [1] file 하늘꽃 2007.08.29 2775
295 그대 옆에 있다 - 까비르 [2] 구인회 2012.02.15 2775
294 민들레 [2] 운영자 2008.11.19 2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