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9907
  • Today : 1133
  • Yesterday : 1280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2009.02.04 11:39

이중묵 조회 수:1571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색동옷 입고 펄쩍 독사탕 물고 뱅뱅 콧물 달고 껑충
혼자 노는 아이 옆에
키다리가 어슬렁거리고
뻐드렁니가 눈을 반짝이더라. 언제냐

키다리는 색동이 눈앞에
동그라미를 휘리리릭 그리더니
빨고 있는 독사탕을 냅다 빼앗았고
뻐드렁니가 키다리를 보면서 손을 벌릴 때
아이는 울음보를 터뜨리더라.

똥밭을 뒹굴며
울어 젖히는 아이에게
키다리는 제 것인 양 사탕을 주고
웬걸, 아이는 키다리 허리춤에 매달리며
키다리야 ‘나는 네가 참 좋아’ 하더라.

저게 불쌍한 내 아비란다.
내 것 빼앗아 나에게 주는데, 빼앗아서 뻐드렁니에게 주려다 나에게 주는데
그저 좋다고 머리 조아리는, 머리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저게 불쌍한 네 아비란다.


2008. 08. 0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3 고향집 오늘밤 / 이중묵 이중묵 2009.04.06 1593
262 나는 숨을 쉰다 [1] 물님 2011.11.28 1593
261 당신의 모습 [1] 물님 2009.09.01 1594
260 꽃 꺾어 그대 앞에 [1] file 구인회 2010.01.30 1594
259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1595
258 눈동자를 바라보며 [1] file 운영자 2008.12.28 1596
257 물님! 나는 천개의 바람 (들어 보세요) [1] file 하늘꽃 2010.03.06 1596
256 이장욱, 「토르소」 물님 2012.03.27 1596
255 안개 속에서 [1] 요새 2010.03.19 1598
254 포도가 저 혼자 file 요새 2010.07.18 1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