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91728
  • Today : 1345
  • Yesterday : 1060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4368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3 Looking for blue bird.... [3] file 이규진 2009.06.26 4514
192 예수에게.1 / 물 [1] file 하늘꽃 2007.09.01 4514
191 [3] 운영자 2008.10.13 4512
190 시바타도요의 시 물님 2017.01.27 4507
189 마음의 지도 물님 2012.11.05 4507
188 섬진강 / 김용택 file 구인회 2010.02.18 4507
187 포도가 저 혼자 file 요새 2010.07.18 4502
186 나비 / 류 시화 [1] file sahaja 2008.06.16 4501
185 찬양 [6] 하늘꽃 2008.09.25 4494
184 편지 [5] 하늘꽃 2008.08.13 4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