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섭, 「한계령」
2012.06.21 09:38
이홍섭, 「한계령」
사랑하라 하였지만
나 이쯤에서 사랑을 두고 가네
길은 만신창이
지난 폭우에
그 붉던 단풍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집도 절도 없이
애오라지 헐떡이는 길만이 고개를 넘네
사랑하라 하였지만
그 사랑을
여기에 두고 가네
집도 절도 없으니
나도 당신도 여기에 없고
애간장이 눌러 붙은 길만이
헐떡이며, 헐떡이며
한계령을 넘네
● 시 / 이홍섭 - 1965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으며, 1990년 『현대시세계』 신인공모에 시가,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 『강릉, 프라하, 함흥』『숨결』『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산문집 『곱게 싼 인연』이 있음.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을 수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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