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0278
  • Today : 437
  • Yesterday : 1032


봄밤 - 권혁웅

2012.09.20 13:40

물님 조회 수:3066

                      봄         밤

 

                                                                               권혁웅

 

전봇대에 윗옷 걸어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

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화끈하게 내려버린

저 캄캄한 혹은 편안함

그는 자신을 마셔버린 거다

무슨 맛이었을까?

아니 그는 자신을 저기에 토해놓은 거다

이번엔 무슨 맛이었을까?

먹고 마시고 토하는 동안 그는 그냥 긴 관(管)이다

이쪽 저쪽으로 몰려다니는 동안

침대와 옷걸이를 들고 집이 그를 마중 나왔다

지갑은 누군가 가져간 지 오래,

현세로 돌아갈 패스포트를 잃어버렸으므로

그는 편안한 수평이 되어 있다

다시 직립인간이 되지는 않겠다는 듯이

부장 앞에서 목이 굽은 인간으로

다시 진화하지 않겠다는 듯이

봄밤이 거느린 슬하,

어리둥절한 꽃잎 하나가 그를 덮는다

이불처럼

부의봉투처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3 매미 -이병창 [1] file 하늘꽃 2007.08.29 2990
132 강 - 황인숙 물님 2012.07.12 2988
131 물님 2012.06.14 2986
130 아직 가지 않은 길 [2] file 구인회 2010.02.05 2984
129 하늘꽃 [3] file 하늘꽃 2008.10.23 2982
128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2979
127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2979
126 지금 봉선화를 찾으시나요? [5] 하늘꽃 2008.08.26 2978
125 약수정 오늘 이시는 내가만든 지붕을 부셔줬다 [3] 하늘꽃 2008.06.30 2978
124 바다는 file 운영자 2007.09.09 2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