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弔問)
2016.11.24 10:13
조문(弔問)
김수호
아침 안개는
부끄러움이 피워내는 환각이다.
나는 끈적한 안개 한 모금을 삼키고
부끄러움에 취해 손을 뻗었다.
손 뻗은 자리엔 죽은 노목(老木)이 있다.
추한 저 껍데기도 누군가의 버팀목이었다.
해는 오늘도 뜨고 또 다시 지겠지만
죽어버린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말라비틀어진 마음에 위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들이쉬었던 상념을 뱉는다.
해는 모르는 새 머리 위까지 왔다.
눈물고인 눈으로 나는
단풍과 둘이서 붉게 노목(老木)을 조문(弔問)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 | 행복 - Hermann Hesse | 물님 | 2019.12.07 | 2853 |
42 |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 물님 | 2020.05.08 | 2850 |
41 | 나비에게 | 요새 | 2010.07.18 | 2846 |
40 | 행복 - 헤르만 헤세 | 물님 | 2021.01.18 | 2832 |
39 | 날들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박노해 | 물님 | 2020.06.30 | 2807 |
38 | 南으로 창을 내겠소 | 구인회 | 2010.03.11 | 2785 |
37 | 가난한 새의 기도 | 물님 | 2016.07.18 | 2766 |
36 | 내 인생의 책 | 물님 | 2020.08.05 | 2752 |
35 | 먼 바다 | 구인회 | 2010.01.31 | 2743 |
34 | 나도 어머니처럼 - 박노해 | 물님 | 2019.05.13 | 27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