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1334
  • Today : 1059
  • Yesterday : 1501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1647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3 당신은 file 물님 2009.06.01 1632
142 님의 침묵 [1] 물님 2009.05.29 1632
141 추우니 함께 가자 - 박노해 물님 2016.02.02 1631
140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물님 2012.10.09 1630
139 바닷가에서 요새 2010.07.21 1630
138 물님! 나는 천개의 바람 (들어 보세요) [1] file 하늘꽃 2010.03.06 1629
137 숯덩이가 저 혼자 [2] 요새 2010.02.04 1629
136 풀 - 김수영 [1] 물님 2011.12.11 1628
135 가을 저녁의 시 [1] 물님 2010.11.18 1628
134 가지 않은 길 요새 2010.03.19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