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2602
  • Today : 1176
  • Yesterday : 1200


가람 이병기 -난초-

2013.06.04 06:53

물님 조회 수:3463

이병기, 「난초」

1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2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 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볕이 발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3
오늘은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나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孤寂)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앉아 책(冊)을 앞에 놓아두고
장장(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시_ 이병기 – 1891년 전북 익산 출생. 주시경의 조선어 강습원에서 수학하고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하였다. 일제하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가람시조집』, 『역대시조선』, 『국문학전사』, 『국문학개설』, 『가람문선』 등을 간행하였다. 연희전문강사,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고 학술원 공로상을 수상하였으며 1968년 작고하였다.

 

출전_ 『난초』(미래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3 가을의 기도 물님 2012.11.11 2726
332 세월이 가면 물님 2015.02.20 2727
331 물.1 [3] 요새 2010.07.22 2729
330 진정한 여행 물님 2017.02.24 2729
329 '차를 마셔요, 우리' - 이해인 물님 2011.04.21 2730
328 음악 [1] 요새 2010.03.19 2731
327 거룩한 바보처럼 물님 2016.12.22 2733
326 안부 [3] file 물님 2009.03.05 2735
325 그대에게 /이병창 [2] 하늘 2010.09.08 2735
324 찬양 [6] 하늘꽃 2008.09.25 2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