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6341
  • Today : 570
  • Yesterday : 1043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2008.06.10 07:00

운영자 조회 수:4194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고 정 희 시인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린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에서
            세상을 떠난 시인의 유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3 봄 소식 하늘꽃 2009.03.02 4173
152 당신의 모습 [1] 물님 2009.09.01 4169
151 거룩한 바보처럼 물님 2016.12.22 4166
150 비상 - 김재진 [3] 만나 2011.03.06 4166
149 3분간의 호수 - 서동욱 물님 2012.05.23 4164
148 흰 구름 [1] 요새 2010.07.06 4158
147 신록 물님 2012.05.07 4155
146 봄날에 [1] 요새 2010.01.01 4154
145 사철가 [1] 물님 2009.03.16 4153
144 당신은 file 물님 2009.06.01 4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