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포에서
2010.12.05 19:47
이 병 창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마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93 | -정현종 ‘가을, 원수 같은 | 물님 | 2021.10.19 | 2950 |
192 | 배달 [1] | 물님 | 2009.03.12 | 2959 |
191 | 나는 배웠다 / 샤를르 드 푸코 [1] | 구인회 | 2010.07.27 | 2959 |
190 | 구름의 노래 [1] | 요새 | 2010.07.28 | 2960 |
189 | 이장욱, 「토르소」 | 물님 | 2012.03.27 | 2962 |
188 | 오래 되었네.. [1] | 성소 | 2011.08.10 | 2963 |
187 | 까비르 "신의 음악" [1] | 구인회 | 2012.06.26 | 2963 |
186 |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1] | 요새 | 2010.03.19 | 2964 |
185 |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 이중묵 | 2009.03.03 | 2980 |
184 | 호수 -문병란 | 물님 | 2012.05.23 | 29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