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1125
  • Today : 1003
  • Yesterday : 927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2559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3 행복 요새 2010.07.20 2414
332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물님 2015.05.19 2414
331 차안의 핸드폰 [3] file 하늘꽃 2009.01.13 2417
330 사랑하는 까닭 [3] 물님 2009.09.27 2419
329 확신 [2] 이상호 2008.08.03 2421
328 감각 요새 2010.03.21 2421
327 안개 속에서 [1] 요새 2010.03.19 2424
326 보리피리 [1] file 구인회 2010.01.25 2427
325 거룩한 바보처럼 물님 2016.12.22 2427
324 이기인- 소녀의 꽃무뉘혁명 [1] 물님 2012.01.13 2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