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7841
  • Today : 795
  • Yesterday : 1117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2966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3 고향 -정지용 물님 2011.02.01 2672
312 Looking for blue bird.... [3] file 이규진 2009.06.26 2673
311 山 -함석헌 구인회 2012.10.06 2676
310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물님 2012.01.02 2681
309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2682
308 마음의 지도 물님 2012.11.05 2682
307 나비 / 류 시화 [1] file sahaja 2008.06.16 2686
306 바다 [3] 이상호 2008.09.08 2686
305 나만의 삶 - 홀리오 노보아 폴란코 세상 2013.10.25 2690
304 나는 나날이 운영자 2008.06.18 2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