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9945
  • Today : 622
  • Yesterday : 1104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4319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3 폼 잡지 말고 [1] 하늘꽃 2011.06.02 4491
182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4493
181 마지막 향기 [2] 만나 2011.03.16 4494
180 나무학교 물님 2013.11.27 4496
179 비 내리면(부제:향나무의 꿈) / 이중묵 [4] file 이중묵 2009.01.21 4506
178 오래 되었네.. [1] 성소 2011.08.10 4507
177 희망 [8] 하늘꽃 2008.08.19 4508
176 [1] 샤론(자하) 2012.03.12 4511
175 가장 좋은 선물은 ? 물님 2010.12.23 4512
174 매미 -이병창 [1] file 하늘꽃 2007.08.29 4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