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8217
  • Today : 878
  • Yesterday : 934


10월

2009.10.12 21:49

물님 조회 수:2897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인 오세영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3 나비 (제비꽃님) [1] 고결 2012.07.05 2337
112 강 - 황인숙 물님 2012.07.12 2435
111 설정환, 「삶의 무게」  물님 2012.07.12 2470
110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구인회 2012.07.24 2297
109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2483
108 거울 물님 2012.07.24 2511
107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2313
106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2359
105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2380
104 새벽밥 물님 2012.09.04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