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2977
  • Today : 575
  • Yesterday : 874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3125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 편지 [5] 하늘꽃 2008.08.13 3337
162 폼 잡지 말고 [1] 하늘꽃 2011.06.02 3338
161 시인의 말 [1] file 하늘꽃 2009.01.17 3339
160 바닷가에서 요새 2010.07.21 3341
159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 물님 2011.10.18 3341
158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3344
157 희망 [8] 하늘꽃 2008.08.19 3347
156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이중묵 2009.03.03 3349
155 초파일에 [2] file 도도 2009.05.02 3353
154 밥이 하늘입니다 물님 2010.11.29 3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