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8647
  • Today : 1153
  • Yesterday : 1268


강물이 인간에게

2008.04.27 08:59

운영자 조회 수:2494

강물이 인간에게

               
                 이 병 창


나의 세월이 그대들의 세월보다 더 오래되고
길다는 것을 잘 알 것이오.
인간의 인심 따라 더럽혀지는  
내 천명(天命)의 길을 따라  
깊은 산 숲 속의 옹달샘에서
그냥 그렇게 머물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여기까지 왔소.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늘로 돌아가는 나의 길을.


하늘과 땅이 열리고
강물이 열리던 그날 이후
내 귀를 의심하는 소리를 오늘 듣게 되었소.
낙동강, 한강. 금강과 영산강
반도의 허리 임진강과 북녘의 강들까지
강이란 강은 모조리 하나로 물길을 틀어
온갖 배들을 다니게 한다는.
그렇게 되는 날 나는 죽게 될 것이오.
아니 숨이 끊어지기 전에
미쳐버릴 것이오.


한반도의 모든 강물을 하나로 통하게 하려면
그대들 김․이․박 성씨들부터  
하나로 통일하시오.
나 오늘 정신 나간 인간들의 수작을 들으면서
강물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싶소.
차라리 나를 조류독감이라고 부르던지
살처분이라고 부르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청와대라고 부르시오.


이미 나는 병든 몸이요.
소리 없이 울어 온 나의 울음이 끝이 날 때
나보다 먼저 그대들이
죽게 될 것이오.  
이 봄날에 사람이 다니는 길에서
자신의 키를 낮추는 민들레를 보시오.
그대들은 생존의 지혜를 거꾸로 가고 있소.
나를 살리기 전에 먼저 그대들을 살리시오
그대들의 자식들과 후손들을.


                      08. 4. 25


- 4월30일 대운하 반대 전북 기독인모임 창립에 붙여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3 아프리카로 가는 길 이병창 2005.09.05 3528
402 바다는 이병창 2005.09.05 3045
401 동해 낙산 이병창 2005.09.05 3078
400 매미 소리 속에 매미가 있다 이병창 2005.09.05 2873
399 아들에게 이병창 2005.09.05 3420
398 편지 solpami 2005.10.01 2961
397 비상하는 님은 아름답습니다. 김경천 2005.10.11 2807
396 모서리를 읽다 김경천 2005.10.11 2853
395 알마티 가는 길 [1] 물님 2005.12.17 3656
394 쉼표이고 싶다 운영자 2006.01.09 3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