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2449
  • Today : 1037
  • Yesterday : 1081


조문(弔問)

2016.11.24 10:13

물님 조회 수:3384

조문(弔問)
                     김수호

아침 안개는
부끄러움이 피워내는 환각이다.
나는 끈적한 안개 한 모금을 삼키고
부끄러움에 취해 손을 뻗었다.

손 뻗은 자리엔 죽은 노목(老木)이 있다.
추한 저 껍데기도 누군가의 버팀목이었다.
해는 오늘도 뜨고 또 다시 지겠지만
죽어버린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말라비틀어진 마음에 위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들이쉬었던 상념을 뱉는다.
해는 모르는 새 머리 위까지 왔다.
눈물고인 눈으로 나는
단풍과 둘이서 붉게 노목(老木)을 조문(弔問)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 행복 - 헤르만 헤세 물님 2021.01.18 3467
42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물님 2020.05.08 3464
41 전화 -마종기 시인 물님 2012.03.26 3451
40 나비에게 file 요새 2010.07.18 3419
39 날들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박노해 물님 2020.06.30 3412
38 자작나무 file 물님 2020.10.24 3399
37 南으로 창을 내겠소 file 구인회 2010.03.11 3398
36 내 인생의 책 물님 2020.08.05 3395
35 나도 어머니처럼 - 박노해 물님 2019.05.13 3390
34 뱃속이 환한 사람 물님 2019.01.23 3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