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2286
  • Today : 758
  • Yesterday : 843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3413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3 약수정 오늘 이시는 내가만든 지붕을 부셔줬다 [3] 하늘꽃 2008.06.30 3034
282 지금 봉선화를 찾으시나요? [5] 하늘꽃 2008.08.26 3036
281 강 - 황인숙 물님 2012.07.12 3038
280 물님 2012.06.14 3039
279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3040
278 가지 않은 길 요새 2010.03.19 3042
277 아직 가지 않은 길 [2] file 구인회 2010.02.05 3043
276 Looking for blue bird.... [3] file 이규진 2009.06.26 3045
275 귀를 위하여 /물님 하늘꽃 2007.09.14 3047
274 봄 소식 하늘꽃 2009.03.02 3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