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8963
  • Today : 744
  • Yesterday : 1297


10월

2009.10.12 21:49

물님 조회 수:4542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인 오세영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3 하늘꽃 [3] file 하늘꽃 2008.10.23 4189
112 포도주님독백 [7] 하늘꽃 2008.08.21 4188
111 조국을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2] 하늘꽃 2008.02.06 4188
110 문수암(내 손버릇을 고쳐놓은시) [3] 하늘꽃 2008.08.15 4187
109 사랑 요새 2010.12.11 4186
108 떼이야르드 샤르뎅 [2] 운영자 2008.09.04 4185
107 그대는 웃으려나 /함석헌 구인회 2012.10.27 4184
106 김세형,'등신' 물님 2012.03.12 4184
105 진정한 여행 물님 2017.02.24 4181
104 신현락, 「고요의 입구」 물님 2013.01.08 4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