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2021.12.09 11:30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자끄 프레베르
광장의 벤치 위에
어떤 사람이 앉아
사람이 지나가면 부른다.
그는 외 안경에 낡은 회색 옷
엽권련을 피우며 앉아 있다.
그를 보면 안 된다.
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
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
그냥 지나쳐야 한다.
그가 보이거든
그의 말이 들리거든
걸음을 재촉하여 지나쳐야 한다.
혹 그가 신호라도 한다면
당신은 그의 곁에 앉을 수밖에
그러면 그는 당신을 보고 미소 짓고
당신은 참혹한 고통을 받고
그 사람은 계속 웃기만 하고
당신도 똑같이 웃게 되고
웃을수록 당신의 고통은 더욱 참혹하고
당신은 거기 벤치 위에
미소 지으며 꼼짝 못하고 앉는다.
곁에는 아이들이 놀고
행인들 조용히 지나가고
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고
당신은 벤치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
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아이들처럼
놀 수 없음을
이제 다시는 조용히
이 행인들처럼 지나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이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자끄 프레베르’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13 | 안개 속에서 [1] | 요새 | 2010.03.19 | 2483 |
312 | 오 늘 - 구상 | 물님 | 2011.05.16 | 2485 |
311 | 추우니 함께 가자 - 박노해 | 물님 | 2016.02.02 | 2485 |
310 | 뉴욕에서 달아나다 | 물님 | 2012.06.04 | 2487 |
309 | 꽃 한송이 [3] | 운영자 | 2008.11.09 | 2488 |
308 | 풀꽃 [1] | 물님 | 2010.12.30 | 2490 |
307 |
목적독백
[4] ![]() | 하늘꽃 | 2009.01.12 | 2491 |
306 | 진정한 여행 | 물님 | 2017.02.24 | 2491 |
305 | 길 [2] | 요새 | 2010.09.09 | 2492 |
304 |
섬진강 / 김용택
![]() | 구인회 | 2010.02.18 | 24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