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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복음서 - 익모초

2020.08.31 23:30

도도 조회 수:2239

[꾸미기]KakaoTalk_20200831_223837249_05.jpg


20200831




당신은 익모초만 남겨놓고 벼르고 벼르던 예초기를 돌려 놓았네요. 마치 이발한 것처럼 마당이 가지런하니 유독 키큰 익모초가 꽃을 피우고 서 있는 걸 눈에 띄게 하네요. 꽃도 시들고 말라가는 엉겅퀴까지도 우뚝 세워 놓더니 이제 익모초도 선택받았네요. 제주산 유기농 청귤 주문한 택배가 카페에 와 있다는 소식에 바삐 서두르는 가방을 땅에 내려놓고 카메라에 포커스를 잡아 봅니다. 페일 핑크 컬러 꽃에 끌렸을까요, 분명 무슨 약초 효능이 내게 필요해서였을까요. 키에 비해 작은 꽃을 선명하게 잡느라 세 번을 눌러 봅니다.


왜 벼르고 벼르던 예초기 돌리기였을까요? 유난히 올해는 장마가 50일 넘게 지속되다보니 늘 젖어있기도 했고요. 봄부터 접지 논문을 위한 실험에 몰두하느라 늘 지나다니면서 언제 돌려야할 텐데 하면서 생각으로는 반질반질한 마당이 진즉 되고도 남았겠죠.

불재는 온통 나무와 풀, 흙과 땅인데 여기만이라도 시멘트 발라서 개운하게 다닙시다.

이러다가 마루를 넘어 방까지 풀들이 침범하겄소.

당신이 안하면 내가 인부 불러다 할 거요.  

가을이 되고 겨울이 오면 풀들은 저절로 쓰러지더라는 달관 농사법을 선택한 어느 농부의 말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8월 여름이 다 지나갑니다.


저 풀이 익모초 맞죠? 익모초가 어머니들에게 이롭다는 뜻일 텐데 한 번 검색해보니 생리통, 월경불순 등 자궁 관련 병에 효능이 있답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도 좋다는군요. 내가 먹어야겠어요. 밤마다 더워서 그런지 요즘 줄줄 땀이 흘러요. 에어컨 바람은 뼈가 시려 차갑고...

맞아, 옛날 어른들이 익모초를 찧어서 즙을 내 먹이던 생각이 나긴 나는데 찾아보면 흔한 풀일 텐데....


카페에 도착해서 청귤을 씻어 슬라이스로 잘라 설탕에 재어 놓습니다. 청귤은 팔월 말에 구입해야 제대로 된 청귤을 구할 수 있습니다. 겉은 초록색인데 속은 오렌지 컬러로 예쁘기도 하고 새콤달콤한 맛과 향이 일품입니다. 여러가지 정리를 한 후에 딸에게 전화를 합니다.

생리는 규칙적이냐, 양은 얼마나 많지 않느냐, 통증은 없느냐, 익모초가 좋다는 구나, 내가 깨끗이 씻어서 그늘에 말려 택배로 보내줄게. 지난번에 보낸 금전초와 박하는 뜨거운 물에 우려서 꾸준히 마셔라. 특히 담석에 효능이 있다는 금전초는 신랑에게 주고 박하는 불면증에 좋다니 자기 전에 마시고들 자거라.


소문난 어죽집이 있다해서 임실에 있는 어죽 집을 향해 카페를 나섰습니다. 뭔가 부드럽고 보신이 되는 영양분이 필요하다 싶기도 하고 당신의 대장 속이 차갑고 설사끼가 가시질 않으니 어죽이 좋을 듯합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하여 전주도 거리마다 한산합니다. 잠시외출 푯말을 걸어놓고 좀 일찍 카페를 나섰습니다. 

물레방아라는 간판을 걸고 운영하는 집의 기둥이 굵직하니 예사롭지 않습니다. 어죽+다슬기+솥밥을 주문히여 새콤한 열무김치 한 접시 더 시켜먹고 솥밥의 누룽지까지 불려 마무리했습니다.


혹시 이 근처에 익모초가 있을까요?

주인 아주머니께 찾으면 찾으리라 일념으로 당신은 묻습니다.

아, 얼마전에 우리어머님이 익모초 얘기를 하시던데 제가 여쭤볼게요.

전화기를 들고 곧바로 답장이 옵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찾아보신다니 전화번호를 남겨 주시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육삼사육0000 받아 적으며 정성을 다해 손님을 모시는 마음이 와 닿았습니다. 들에 둑에 흔한 게 익모초인데 식당 둘레를 살펴보니 없습니다. 왕고들빼기 무성한 잎줄기만 몇개를 꺾으며 오던 길의 반대방향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월평리 푯말이 있는 쪽으로 생전 처음 가보는 길로 접어들어 시속 이삼십 킬로미터 속도로 좌우를 살펴 명약을 찾고 또 찾습니다. 마을길을 지나고 들길을 건너 고부라진 산모퉁이 길을 지나니 낯선 전화가 울립니다. 물레방아 어머니가 그 약초를 구해놓고 기다리신다네요. 신평소재지 파출소 맞은편 어쩌고저쩌고~~~ 운전자 당신께 전화를 바꿔 직접 듣게 합니다. 신평파출소 네비 쳐봐, 얼릉,

어머 방향이 같아요, 거의 다 왔네요. 어쩌면 방향도 미리 예비하신 임마누엘입니다.

말만 하면 이루어지니 요즘 무슨 말을 못한다니까.


신평면 치안센터 맞은편 이층 창고 앞 길에 나와 기다리고 계신다니 ~~~ 저기 이층 창고가 보입니다, 목재 기둥으로 다듬어 물레방아를 건축한 통나무들이 쌓여 있네요. 정자도 보입니다. 다리 위에 두 여인도 보입니다. 익모초를 다듬고 계십니다. 일미터 키 큰 풀이 다 자라서 억세어 보입니다. 명약 보약 수준에서 구원투수 같은 믿음이 생깁니다.

우리 물레방아 많이 이용해주세요.

예예 그럼요. 어죽 맛 최고에요.

모성애가 지극하신 말씀에 꾸벅 절을 하며 화답을 하고 또 합니다.


오늘은 종일 익모초로 시작해서 익모초로 끝,

"구하라 주실 것이요. 찾으라 찾을 것이요." 말씀을 듣는 팔월의 복음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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