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90286
  • Today : 963
  • Yesterday : 1104


물 1

2007.01.22 23:34

운영자 조회 수:5429

        물 1


                    이병창


  나는 태어나 본 적이 없소
  태초에 하늘을 떠돌다가 오늘은
  이승의 우물물로 고여있다 해도
  나는 한 번도 태어나 본 적이 없소
  흘러가는 시냇물
  파도치는 바다에서
  나는 나로 춤을 추고 있었을 뿐


  나는 나이를 먹어본 적도 없소
  나는 어떤 추억도 없이
  여기에서 여기로 흐르고 있을 뿐
  꽃샘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봄눈과 함께 나는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돌아가고
  있을 뿐


  나는 어느 하늘 어느 땅에서도
  머물러 본 적이 없소
  나는 이전에 누구를 만나 적도 없소
  한 점의 후회도 없이
  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로
  지금 흘러가고 있을 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 별 헤는 밤 - 윤동주 도도 2020.03.02 5866
22 카이로스 시. 기도.1 이병창 [3] 하늘꽃 2008.04.22 5867
21 사월에는 [4] 운영자 2008.04.15 5872
20 아들에게 이병창 2005.09.05 5885
19 쉼표이고 싶다 운영자 2006.01.09 5905
18 바다는 이병창 2005.09.05 5912
17 모서리를 읽다 김경천 2005.10.11 5937
16 편지 solpami 2005.10.01 5941
15 알마티 가는 길 [1] 물님 2005.12.17 5987
14 경각산 가는 길 .물 [3] 하늘꽃 2008.05.05 5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