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90380
  • Today : 1057
  • Yesterday : 1104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4722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3 예수에게 1 [3] file 운영자 2008.04.20 5261
332 봄날 [4] file sahaja 2008.04.22 5259
331 이병창 시인의 ㅁ, ㅂ, ㅍ [1] 송화미 2006.09.13 5255
330 나도 목을 비튼다^^ [3] 하늘꽃 2008.02.04 5244
329 달팽이.2~ [1] 하늘꽃 2008.06.09 5239
328 입암산 (당연히 물)음악도 있어요 [2] 하늘꽃 2008.02.27 5196
327 아이들 [5] file 새봄 2008.04.05 5189
326 화순 개천산 - 이병창 [1] file 운영자 2007.05.30 5182
325 ㅁ, ㅂ, ㅍ [3] 하늘꽃 2007.12.29 5175
324 그대를 생각하면 [1] 구인회 2008.03.01 5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