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90331
  • Today : 1008
  • Yesterday : 1104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4713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3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1] 요새 2010.03.19 4403
182 고향집 오늘밤 / 이중묵 이중묵 2009.04.06 4402
181 가지 않은 길 요새 2010.03.19 4393
180 웅포에서 요새 2010.12.05 4392
179 이장욱, 「토르소」 물님 2012.03.27 4391
178 사로잡힌 영혼 [1] 물님 2018.09.05 4390
177 꿈 길에서 1 요새 2010.03.15 4390
176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 물님 2011.10.18 4384
175 시바타도요의 시 물님 2017.01.27 4382
174 순암 안정복의 시 물님 2015.02.17 4382